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한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배우는 것도 많지만 고민도 많아지는 시기가 되는 것 같다.
1. 번아웃
20년 이직 이후 내 실력보다 월등히 높은 팀원들 사이에서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공부를 계속 했다. 공부를 하면서도 잘하고 있는건지 스스로를 의심하면서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팀원들의 실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에 퇴근 전/후, 주말에도 꾸준하게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쉬는 시간 없이 공부를 해서 인지, 스스로에게 너무 채찍질만 해서 인지... 개발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도 번아웃이라는게 찾아왔다.
개발이라는 일이 싫어졌고, 의욕이 없어졌고, 집중력을 잃었고, 퇴근 후에는 힘이 없어서 누워만 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내게 번아웃이 온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봤다.
내 스스로 잘하고 있는건지 항상 의심 했고,
개발에 참여한 프로젝트가 성과가 없다고 했고,
2년동안 재택근무를 진행하면서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고,
쉬는 시간이 없었다. 쉬는시간을 가지면 뒤쳐질 것만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회사 지원 중에는 심리상담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번아웃을 해결하기 위해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내게 심리상담은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너무나도 맞는 말, 나도 생각하고 있는 말을 주로 들었기 때문이다.
"잘하고 있으신거에요."
"일을 해내고 계신 것만 봐도 정말 잘하고 있으신거에요."
"쉬는 시간을 조금 가지도록 하세요. 당장은 불안하시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게 필요했던 건 상담사의 목소리가 아닌 가까운 사람(팀)의 목소리가 더 필요했던 것 같다.
상담 해주시는 분의 칭찬보다 팀의 칭찬이 10배, 100배는 더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기도..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고 방황하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다가 낙상으로 인해 오른쪽 쇄골이 분절되었다.
어마어마한 고통이었고 자연치유를 위해서는 8주라는 시간동안 유지장치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 아픈 와중 미친 사람처럼 들었던 생각은 '개발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손은 소중하니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수술이었다. 무섭긴 했지만 개발을 너무 하고 싶었다. 퇴원도 다음 날 바로 하였다.
수술을 진행해주신 의사 선생님께서 "컴퓨터는 해도 상관없어요. 키보드를 치신다거나.." 라고 하신 말씀이 얼마나 반갑던지..
월요일은 퇴원을 해야해서 병가를 내고, 다음 날 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이 재미있었다. 죽다 살아나서 그런가 일하는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힘들어서 번아웃이 온 게 아니라 개발을 즐기던 내가 개발을 즐기는 게 아니라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그 뒤로 나는 심리상담을 그만 두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개발을 하였다.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개발을 해서 인지 팀원분들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번아웃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끔 개발이 힘들 때 생각한다. 스스로 즐기고 있는가? 없다면 즐길 포인트를 만들어보자.
2. 성장
올 한해도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였지만 20~21년 만큼 그렇게 많은 노력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점점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머리에 책 내용이 잘 안들어오기도 하고...😢
개인적인 공부도, 팀 내 스터디도, 외부(우아한 스터디) 스터디도 진행하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열심히 맞나..?)
우아한 스터디에서는 '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라는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계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Effective Java 스터디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2기도 신청하게 되었는데 선정되어서 다행이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아키텍처를 설계하기 위한 공부를 더 많이 했다.
- DDD(Domain Driven Design)
- 헥사고날 아키텍처
- 대규모 시스템 구축
- 이펙티브 엔지니어
팀 내에서는 팀의 성장을 위해서도 많은 스터디를 진행했다.
- Kafka
- Event Driven Archtecture
- CDC(Change Data Capture)
- Real MySQL 8.0
- JPA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아직은 아키텍처에 대한 내용과 DB에 대한 내용, 그리고 트래픽에 대한 방어에 대해서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23년에는 이런 부분들을 보강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과제 중에서는 재미있었던 과제는 CDC 과제였다. 팀원 두 분과 같이 진행했는데 구성하면서도 많은 프레임워크에 대해서 배웠지만 사용에 있어서 가장 좋은 사용 방법을 찾기 위해 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다.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서로 배려하고 노력하는게 우리 팀의 문화여서 너무 좋았다.
3. 커뮤니케이션
스스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조금 더 향상 시키려는 노력이 계속 필요할 것 같다.
- 논리적인 사고 방식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 상대방을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상대방은 모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할 생각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노력하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면 잘 안되는 경향이 있어서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그리고 재택이라고 너무 집에만 있지말고 외부로 나갈 기회가 있다면 나가보는 노력을 해야겠다.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4. 재능기부
연말에는 생각보다 여유로워서 개발에 대해서 고민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오픈채팅으로 고민상담소도 오픈해보고, 실제 카페에 만나서 커피챗도 진행하는 기회를 가졌다. 다양한 고민들이 있었고 내가 그런 고민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건 기분이 좋았다. 모든 분들이 잘 되셨으면.. 23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5.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세요?
년차가 쌓이고 있지만 스스로 어떤 개발자가 될 것인지 고민해봐야겠다.
스스로 생각해본 건 아니고 면담을 하다가 나온 이야기 였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에 고민을 많이 하다가
"필요한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개발자." 라고 대답했다.
그런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런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를 조금 더 많이 고민해봐야겠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스스로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마무리
돌아보면 아프기도, 그로인해 단단해지기도 했던 한 해였다.
23년에도 많은 일들을 통해 아파하고 단단해지며 성장하는 개발자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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